타이탄의 도구들

‘타이탄의 도구들’ – 자기 계발서 취향은 아니지만, 베스트셀러라면 그래도 한 번은 봐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집어 든 책이다. 이 글은 책 내용 중 하나의 문단으로부터 생각이 흘러나가는 대로 쓴 글이다.

보통의 자기 계발서와 약간 다른 점이 있는데, 저자가 만나본 200여명의 (성공했다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이야기도 있고, 서로 반대되는 이야기가 책 한 권에서 종종 나타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주제로 꾸준히 잔소리(?)하는 책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등장해 ‘다양한 잔소리’를 해주는 책이다.
그들이 말하는 잔소리(라고 쓰고 성공의 힌트라고 듣자)는 잠자리 정돈하는 습관, 체중 조절의 비법부터 생각의 정리와 글 쓰는 법, 사업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법까지 다양하다.

 

1.

책의 13장 –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라’ / 브레인피킹스 편집장 마리아 포포바  – 에서 부터 시작하자.

시간은 내 삶이고, 자원이다. 그래서 시간을 희생하는 요청을 받아들이면 그 대가로 품질을 희생해야한다고 하며 마리아 포포바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특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무능한 상대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나와의 미팅에 10분도 투자하지 않는 사람, 일방적으로 형편없는 제안을 해오는 사람, 직접 전화를 걸어 논의해야 할 사안을 이메일로 대체하는 사람, 무작정 자신을 설득해주기를 바라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일일이 정중하게 대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가. “모든 사람에게 답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죄책감을 갖는 게 더 낫다. 그냥 좀 미안해 하라.

시간, 자원, 기회가 온전히 내 것이 아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는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삶에서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위와 같은 마음 가짐은 도리어 자신을 지치게 만들고 도리어 시간과 기회면에서도 가난하게 만든다고 본다. 아니 반대로 스스로의 마음이 척박하고 가난하니 위와 같은 말을 하는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면, 그리고 계획이 탄탄하다면 도리어 여유롭고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며 더욱 많은 정보와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 될 사람이 있다. – 공자
三人行 必有我師焉

그러면 위 공자의 말처럼 어디서든 배울 것, 얻을 것이 있지 않을까? 그러니, 특정 일의 영역이 아닌 개인 삶에서 사람을 상대함에서는 지나친 평가하고자 하는 의식을 좀 둘이는 것이 좋겠다.

 

2.

마리아 포포바의 주장을 다시 읽어보니, 다른 관점도 보인다.
상대방이 ‘무례하게’ 자신의 시간을 침해하는 것, 예고도 약속도 없이 소중한 시간을 ‘준비 없이 낭비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를 말한 것으로도 보인다.

안녕하세요. 저 OOO입니다.
근처 지나가다 들렸어요.

이런 전화나 우연한(?) 만남과 같은 방문이 한 때 상당히 불편했었다. 특히나 많은 집중도를 요구하는 일을 할 때, 그 날 따라 할 일이 많을 때에는 손님을 홀대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했었다.

옛적 영업 활동이 주로 대면 만남, 자주 찾아가기로 성사되던 때에는 마치 우연을 가장한 것과 같은(?) 방문도 많았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마도 ‘지나가다 들렸다’라는 말에 친근감을 느끼기 보다는 일종의 모욕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라는 과장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쯤 생각이 번져나가다 보니,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부모 : 얘야, 지금 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리와서 이 일 좀 거들어 주겠니?
자녀 : 아뇨, 미안하지만 저는 조금 더 가만히 있고 싶어요.  이것도 제겐 중요한거에요.

이 부모가 자녀로 부터 ‘퇴짜’를 맞은 이유는 아마도 ‘상대방의 시간 사용 용도와 가치’를 맘대로 평가해서라고 본다. 흔히 ‘일’을 하지 않으면 ‘놀고 있다’라고 하는데,  위 자녀는 ‘노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마리아 포포바의 이야기 중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무능한 상대’란 자신들의 관점과 수준에 맞춰 마음대로, 우리의 시간을 ‘불필요한 것’, ‘관심없는 것’으로 평가하며 무례하게 시간을 뺏으러 다가오는 자일 것이다.

 

3.

마리아 포포바의 이야기와 비슷한 주장의 ‘오쇼 라즈니쉬’의 말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목적이 상당히 다르게 보인다. 하나는 자신의 시간과 삶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서인 것 같고, 오쇼 라즈니쉬는 상대방이 고민하고 스스로 찾고 준비하라고 하는 것 같다.

나는 매우 가까이하기 쉬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나는 그렇게 해서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도움을 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중략) 만약 내가 그대에게 하루 종일 유효하다면 그때 나는 전혀 유효하지 않다. 만약 그대가 8일이나 10일을 기다려야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그때 그 기다림은 그대 안에 어떤 조율을 가져오는데 필요한 기간이 된다. (중략) 문제가 있을 때마다 즉시 나에게 올 수 있다면 그대는 사소한 것들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무수한 문제들이 일어난다. 그것들은 (모두) 의미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의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대가 단 한 시간이라도 기다려야 한다면 그 문제는 변한다. (중략) 모든 문제들을 가져올 수 있도록 허락된다면 그대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 자신도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무엇이 의미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 또한 과정의 일부이다.

 

4.

시간을 다른 사람의 요구에 따라 할애하는 쪽의 이야기만 살펴봤는데, 그 반대도 있다.  반대라면 아마 ‘시간을 얻으려는 자’ 쪽의 이야기이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생각을 잘 정리하여 물어볼 것과 제안, 미팅을 알차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겠다.

그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인 ‘타이탄의 도구들’과 다른 책 ‘완벽한 공부 법’에서도 나왔던 방법인데, ‘천천히 생각하기’와 그 반대인 ‘빠르게’, ‘자동으로 생각하기’의 구분이다.

(그냥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 천재의 이름을 한 명 댄다면? 아인슈타인. 퍼뜩 생각나는 음악가는? 모차르트…) 이를 두고 대니얼 카너먼은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인 ‘자동 사고’라고 불렀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동 사고가 아니다. 자동 사고보다 느리지만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있다. 데릭은 이 의도적 사고를 활용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바로 떠오른 것은 시시하다. 세 번째 떠오르는 것이 가장 좋은 경우가 많았다.’ 라고 한다. 어찌되었건 ‘천천히 생각하기’로 좋은 제안, 주제를 선택했다면 그 다음은 이해와 설득, 이야기 나누기 쉽게 정리해내는 것이다.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또는 생각을 찾아내는) 방법으로는 이 책에 출연(?)한 여러 사람들이 한결 같이 ‘글 쓰기’를 추천한다.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글을 명확하게 쓸 줄 아느냐다. 글의 명확성이 곧 사고의 명확성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굳게 믿는다. 디지털 시대가 발전하면 할수록 글을 쓰는 사람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오늘날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 모두는 말하기와 글쓰기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우리는 어렵잖게 발견한다.
– 매트 뮬렌웨그 / WordPress – Automattic CEO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글을 쓰라.
– 닐 스트라우스 / 작가

너무 많은 메모, 너무 많은 리서치 정보를 남기려 하지 마라. 그러면 독자는 지루해질 뿐이다. 독자를 믿어라. 독자가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나치게 설명하지 마라. 독자는 힌트만 줘도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그 힌트를 완성한다. 글쓰기는 지성과 교양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글쓰기는 내 가슴과 영혼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파울로 코엘료 / 작가

나는 생각을 얻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아이디어가 나온다. 아이디어에서 글이 출발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글을 먼저 쓰기 시작하면 생각이 거기서 나온다. 큰 깨달음이었다.
– 케빈 켈리 / 와이어드 창립자

 

5.

생각을 정리하고, 시간을 소중히 하면서 대화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나열해보았다. 마침 어디서 들었었는지, 읽었었는지…  ‘근언(謹言 ; 말을 삼가다. )’ 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서 다시 찾아보았다.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그 말이 무겁고 조용하며, 안정되지 못한 사람은 그 말이 가볍고 빠르다.
– 근사록

요즘 시대에도 옳다 아니다를 논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천천히 생각하기’, ‘타인의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기’ 의 관점에서도, 나 스스로도 중요한 것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명이겠지만 시간의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게 되는데, 특히 바쁘게 진행되는 일을 하다보면, 또는 다양한 이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논의하다 보면 ‘의식적인 생각과 정리, 말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그저 자동적이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습관화 되고, 나중엔 회의에서도 마리아 포포바의 주장처럼 그저 서로의 시간을 아깝게 흘려보내면서 서로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우리 서로 ‘바쁘니까’ 라고 타당한 이유를 붙여준다.

그런데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래서(=천천히 생각과 정리를 하지 않아 계획과 요점이 없이 허둥대며 서로의 시간을 낭비시키고, 그러니…) 더 바쁘기만 한 것이라며 175년 전 일기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가장 효율적인 노동자는 하루를 일거리로 가득 채우지 않으며 편안함과 느긋함에 둘러싸여 일한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1842년 3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