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배신 / 앤드류 스마트

아이 교육 때문에 ‘뇌’관련 책도 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연관된 책 이것 저것 찾아 읽다보니 교육과 관련된 내용에서 ‘뇌 과학’과 사회과학이나 철학을 다루는 쪽으로 점차 번지게 되더군요.

이 책 ‘뇌의 배신’도 좀 비슷합니다. 책 도입부에서는 뇌에 대한 과학적 실험과 고찰….을 주로 다루는 듯 한데, 점차 번져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역사적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제도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는 부분이 많이 나타납니다.

특히 ‘일’을 할 때, ‘숨겨진 뇌의 중요한 기능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못하고, 그저 열심히 집착하듯 일 중독자 처럼 일하는 아쉬움과 기존 경제 이데올로기를 무조건 따르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약간 긴~ 편입니다. ^^)


‘뇌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서

‘번져나가는(?)’ 시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뇌를 100%활용한다는 것’이 영화나 상식 관점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시작하는데요, 그래서 잠깐 ‘뇌를 100%’ 사용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짚고 넘어갈게요.

뇌를 100% 사용하여 초인적 능력을 발휘한다는 영화가 여럿 있습니다.
– 리미트리스 ( 소개블로그글 – http://itshughie.com/230 )
– 루시 (배우 최민식 출연으로 화재가 되었었지요? –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652201.html )

이런 상상과 영화로 만들어지는 배경에는 ‘뇌는 외부의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데 이용된다.’ 라는 관점에서 출발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는 과거에 뇌의 여러 영역에 대해 활성화 정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붙인 후, 글을 읽는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할 때 어떤 뇌의 영역이 주로 사용되는가를 측정해보았더니, 겨우 3-4% 사용한다 – 라는 연구결과가 이용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이 뇌를 10%, 20%… 그 이상을 사용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연구했다고 하지요. “아인슈타인은 우리보다 더 많은 뇌의 영역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뇌를 해부해봤는데 일반인 뇌와 별다를바 없었다.”..는 이야기도 아마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까…우리가 들어왔던 상식(?)과는 배신(!)되는 이야기를 합니다.

>> POINT – 머리(뇌)를 잘 쓴다는 것은 ‘쥐어짜는 것’도 ‘많이 처리/생각 하는 것’도 아니다.

뇌는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야!

최근들어 뇌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니, 외부의 자극이 없을 때, 특정한 문제해결을 위해서 뇌를 사용하지 않을 때( = 그러니까 ‘멍’때리고 있을때)에 뇌가 도리어 전체적으로 연결되면서 (어쩌면 100%) 활용되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그 상태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때에 머릿속에 있던 다양한 지식과 경험에 대한 것이 새로운 방법으로 서로 연결되고 검토되고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옛날 아르키메데스가 고심 고심해도 풀지 못 했던 문제를, 목욕 중에 무심코 해결책을 찾았다는 것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효과이고, 도리어 어떤 문제에 ‘일부러 집중’하지 않을 때 영감이 떠오르듯 답을 찾아내는 것도 같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뇌 과학자’와의 인터뷰 기사인 ‘가장 창조적인 5% 인재’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최상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725115605537 ]도 읽어보시면 비슷한 내용을 설명함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것 입니다.

그렇다보니,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최대의 ‘뇌 활용법’은 무엇인가에 집착하여 시야를 좁혀서 아둥바둥 해내는 것이 아니라, 놀며 즐기듯 유흥으로서 다가설때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집니다.

>> POINT – 뇌는 쉴 때, 가만히 놓아 둘 때 더 큰 일을 해낸다.

뇌를 잘 사용하려고 할 때의 걸림돌 

하지만, 이 세상은 바쁘게 일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자는 ‘뇌를 쉬게 놓아둘 수 없는 이 세상의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여러가지 주장을 펼칩니다.

우선은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최근들어 선택된 것이지만, 마치 유일한 방법인 것 처럼 믿는)  신자유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의심없는 믿음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함정일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현대인들은 특별히 원하지도 않는 것들을 사기 위해 딱히 즐겁지도 않은 직장에서 극도로 열심히 일해 장기적으로 건강을 해쳐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느낀다. 이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폐해다. 정치인, 경영자, 은행가들은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궁극의 사회조직 형태인 것처럼 주장한다.

그리고, 그 믿음이 허망한 것임을 보이기 위해, 몇가지 우스꽝스러운 실화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루마니아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직원들이 훈련받은 뒤,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퇴근하기 시작했다. 덴마크인 관리자들은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고, 루마니아 직원들에게 왜 업무시간 도중에 퇴근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루마니아 직원들은 컴퓨터 시스템 도입 덕분에 한나절 걸릴 일을 반나절 만에 끝냈으니 퇴근한다고 대답했다. 스티브 샘슨 교수는 이 작은 위기를 해결하고자 루마니아 기업을 방문했다.
덴마크 관리자들은 컴퓨터 도입 후 일을 두 배로 처리할 수 있게 됐는데도 작업량을 늘리지 않으려는 루마니아 직원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루마니아 직원들은 컴퓨터 도입으로 일을 두 배나 빨리 처리하게 됐으니 작업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덴마크 관리자들을 제정신이 아니라고 여겼다.
위 덴마크 관리자처럼 생각하지 말자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루마니아 직원들 처럼 쉬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일을 통해서 자아성취를 하고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일을 하려면, 그리고 더욱 창조적으로 일하는 삶을 꾸려가려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사라질 정도로 매몰되지는 말라고 당부합니다.
공교롭게도 생산성이 매우 높고 바쁘게 일하는 사람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노드가 감소한다….(중략)…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의 두뇌 활동을 관찰하고 나서야 비로소 두뇌 활동이 대부분 내적 동기에 따라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일에 매 순간 집중하되, 일에 매몰되지는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쉽게 바꿔보면…일을 할 때 ‘쉬엄 쉬엄’ 하라는 뜻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설렁 설렁’ 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구요. ^&^;
>> POINT –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리지 말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의 시간을 늘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예전에 보았던 책 ‘슬랙(Slack)’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슬랙(Slack) : 사전적으로는 ‘느슨한’이란 뜻이며, 최근 ‘슬랙’이라고 말한다면 ‘일과 일 사이에 의도적이고 자율적으로 만드는 빈틈의 시간들’ 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만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협업 채팅 툴 http://slack.com 말고요…^^)
* 책 ‘슬랙’에 대해서는  ‘Outsider’s Dev Story 의 블로그’ 글 http://blog.outsider.ne.kr/482 에서 정리를 매우 잘 해 놓으셨으니 시간나실 때 읽어보세요.
편협된, 하나만 답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려면 틈틈히 쉬면서,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연과 만나는 시간도 일부러 만드시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서 사는 이야기도 나누시고, 고전/철학/판타지등 여러 종류의 책도 읽어보세요. 그래도 너무 바쁘시다면 반신욕이나 샤워하는 나만의 시간에 명상을 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POINT – 계획적으로 나를 위한 ‘머리가 쉬는 시간’을 만들자. 

끝.

 


PS: 아쉬운 현실, 그리고 조심해야 할 것

책을 읽는 중에 피하고 싶은 것, 아쉬운 현실이라고 생각드는 부분을 뽑아서 모아 보았습니다.

교육에서 아이들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못 가지게 만드는 세태에 대해.
“요새 부모들은 자녀가 취학 연령이 되면 (심지어 미취학 아동일지라도) 자녀의 생활을 스포츠, 조기 음악 교육, 외국어 교실, 여름 캠프, 무료 급식소 자원봉사, 승마 교실, 연극 수업, 인터넷 강좌, 과학 워크숍 등의 활동으로 빽빽하게 채운다. …(중략) …자녀들과 함께 지낼 시간도 줄어든다. 그래서 아이에게 자신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듯이 자녀들을 끊임없이 사교육 프로그램으로 내몬다. 부모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여전히 자녀의 삶에 의미 있게 참여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가장 창의성을 왕성하게 표출하는 연령대에서 창의성 하락 추세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아이들이 더 부모의 계획대로 살고, 시험 점수와 성과에 집착하고, 디지털 미디어에 정신이 팔릴수록 창의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내 교육환경에서 위와 같이 하지 않으려면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ㅠ.ㅠ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과 꿈이 상실되는 세태에 대해.

“대다수 사람은 본인 노동의 종류와 강도에 대한 의미 있는 선택권이 없을 뿐 아니라, 일단 일하게 되면 시간관리 장사꾼들에게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옳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되는지 훈계받는다. 이렇게 바쁘고 힘들게 일하다보면, ‘그래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경제위기는 기득권층이 사람들의 기대수준을 관리하는 기제다. 미국인들은 자신이 착취당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조건화당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부터 빚에 짓눌리는 미국인들은 돈을 받지 않고도 일하려고 경쟁한다.”
생계를 유지할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working for pay’보다 나쁜 상황이 있다면, ‘무보수 노동working without pay’이다.
한가롭게 지내는 것을 광적으로 죄악시한 마틴 루터의 철학이 특히 미국에서 뿌리내린 결과, 오늘날 미국인들은 짧은 휴가와 강압적 근로윤리로 고통받고 있다.
열정 페이(pay)도 그렇고, 모 국회의원의 ‘모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라’ 발언도 그렇고…대한민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마저 잃는 것, 심지어 폄훼하는 것.

“사회가 개인으로 파편화되고, 물질적 안락을 얻으려고 아등바등 각자 도생하다보니, 이제 미국인들은 다른 사회를 상상하는 힘을 잃고, 현재 사회의 모습야말로 유일하게 가능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믿게 됐다. 그레이엄 웹은 미국인들이 대안을 상상하길 포기하고, 대안을 상상하는 사람까지 폄하하고 외면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결코 이처럼 되지는 않아야겠습니다. 정치/사회적으로 불신과 포기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많아지지만 ‘그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